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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거리  93.35 km  최고속도  48 km/h
 총 시간  10 : 34 : 17  평균속도  20 km/h
 총 이동시간  4 : 32 : 55    

이제부터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된다.
용문역. 출발인거다!! 가자!!! 아자자자자자자자!! 를 속으로 외쳐보지만, 시작부터 막힌다.
삼거리가 나오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주변 다른 일행들에게 물어봐서 대충 알아본 후, 내가 적어온 경로를 비교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맘같아선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일단 자전거 스펙에서 허벅지 비쥬얼까지 고려해봤을 때,
함께한다면 오버 페이스로 분명 초장에 힘 다 빼고 지지 칠거같아 따로 가기로 결정.


아직은 출발 초기라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논과 논두렁에 심겨진 옥수수. 저 멀리 산들과 구름들.
흐린 날씨에 해는 숨어있어 선선하진 않지만, 최소한 따가운 햇살은 없어 감사했던 시작이다.


한참 달리다보니 다른 분들 후기에서 봐왔던 클린턴휴게소가 나왔다.
비록 지금은 망해서 운영은 하고있지 않지만, 공사중인걸로 봐서 다른 휴게소가 들어설 것처럼 보인다.


자전거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보는 순간 우리나라엔 무슨 산이 이렇게 많냐며 화를 내게하는 표지판이다.


어? 얼마 달린거같지도 않은데 벌써 강원도다.
나의 엔진도 그리 녹슬지 않았군!! 하면서 감탄을 했지만, 강원도는 그리 작은 행정구역이 아니었다.
이제 그 큰 행정구역에 들어선 것 뿐이었으니 아직 가야 할 길은 끝없이 멀었다.


달리다보니 첫판왕이 나왔다.
터널이다.
터널의 무서움은 이미 메가쇼킹 만화가의 만화와 다른 많은 분들의 후기에서 많이 봐왔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그 무서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것이다. 단, 절대로 터널의 소음을 막겠다고 노래를 틀면 절대로 안된다.
그건 내 생명을 헌납하겠다는 뜻이다. 이어폰은 그냥 단순히 터널의 소음을 조금 줄이는 용도로만 사용해야한다.
암튼 여기서 내 수명은 좀 줄었다.


첫판왕을 깨고 주욱 달리다보니 먹거리단지가 나온다.
오오!! 마침 출출한데 저기 들러서 뱃속을 좀 채우고 출발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표지판을 찍었다.
그리고 불상사가 일어났다.


사진을 찍고 아이폰을 떨궜다.
아이폰 전면 강화유리가 박살이 나버렸다...
보호필름 덕분에 유리조각이 튕겨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입맛은 싹 사라지고 돌아갈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터치나 다른 기능들은 멀쩡했기에 화면 보는데 조금 불편할 뿐이라 그냥 계속 가던 길을 가기로했다.


드디어 속초가 표지판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를 지나치고 한동안 속초라는 글씨는 보이지 않았다.


속초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고 인제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원래 계획은 2박 3일간 천천히 달리는 것이었지만, 달리다보니 욕심이 생겨 일단 첫날 인제까지 가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솔직히... 그냥 계획없이 출발한 것이라 계획 수정이 아닌 계획을 세우며 달린 것이었다.


달리다보니 휴게소가 하나 나왔다.
아이폰 떨구고 입맛이 싹 사라졌지만,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배가 고파와서 이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었다.


메뉴는 황태해장국. 메뉴판을 보고 마음은 소머리국밥을 시켜야겠다고했는데 입은 황태해장국을 주문했다.
힘도 들고 덥고 배고프고해서 그냥 먹자 하고 계산을 했다.
솔직히... 맛은 그닥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우고 나왔다.
파리는 어찌나 달려들던지, 파리 쫒느라 밥먹느라 바빴다.


밥을 먹었으니 어디서 좀 쉬면서 소화를 시키고 출발하려했지만
뭔 휴게소가 그늘 하나 없냐... 그늘 찾아 헤메다가 그냥 출발하고 그늘 나오면 쉬자 하고 떠났다.


인제까지는 44km. 시속 20km로 달리면 두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이 곳은 강원도다. 뜨거운 태양과 언덕이 공존하는 그 곳.
오늘 안에만 도착하자는 생각 뿐...


두번재판 왕이 날 기다리고있었다.
여기서도 내 수명은 좀 줄었다.


한참 달리다보니 머리가 아파오고 땀은 끝없이 쏟아지면서 숨쉬기가 거북해져왔다.
중간중간 계속 쉬면서 물도 많이 마시고 했지만 날씨가 날씨인지라 몸에 무리가 온 듯 싶었다.
그래서 중간에 잠깐 쉬기로하고 그늘을 찾아갔다.
계곡 옆에 무슨 유적이라고 우리집 거실만한 장소가있었는데 천장을 녹색 유리로 막아놓은 공간이 있었다.
여기서 좀 쉬자.. 하고 한시간쯤 앉아있었나..?
그런데 아무래도 유리로는 그 뜨거운 햇살을 다 막아주진 못해서 쉬는게 쉬는게 아니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제대로 쉴만한 곳 나올때까지 가자!! 하고 다시 출발했다.


한참 달리다보니 국도에서 지방도로 빠지는 굴다리가 보였다.
저기다!! 저기서 쉬는거다!! 하고 굴다리로 달려내려갔다.
아... 이 곳은 천국이구나. 지금껏 그 많은 굴다리를 왜 그냥 지나쳤던가...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그늘은 마치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라 느껴졌다.
가끔 지나가는 버스들의 빵빵 소리에 꿈찔꿈찔 놀라기는했지만 이만한 공간은 찾기 힘들 것이다.


햇살이 가장 뜨거운 시간동안 굴다리에서 쉬고 4시 좀 넘어서부터 다시 출발을 했다.
저 표지판을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이 있다.
'인제 신남? 난 아직 안신남!!'


신남을 지나 드디어 인제에 도착했다.
작년 파주에 다녀올 때도 그랬고, 이 날 강원도 진입했을 때도 그렇고 이건 그냥 단순히 경계선일 뿐이었다.
인제에 방문을 환영한다면서도 표지판에는 계속 인제가는 길이 표시됐다.


이거봐... 아직 10km나 남았다.
그래도 10km면 평소 달리던대로면 30분이면 가니까 지금 상황을 고려해볼때 한시간 반이면 넉넉하겠구나 했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내 수명이 걱정됐다.
첫날의 최종보스 인제터널이다.
내 수명을 갉아먹으며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덤프트럭들...
빵빵 안해도 뒤에서 오는줄 다 알고있어!! 제발 지나가면서 빵빵 좀 하지마!!
할라믄 좀 멀리서 하던가... 왜 꼭 바로 뒤에 와서야 그러냐고... 염통이 진짜 쫄깃해진단 말이야...


인제 터널을 지나면 내리막이 펼쳐지는데 주욱 따라오다가 왼쪽 굴다리로 들어가면 곧 웰컴 투 인제 가 보인다.
아아... 인제... 드디어 인제... 나의 첫날 베이스 캠프 인제.. 아아 인제... 으헝헝헝 인제!!
시간은 더 달릴 수 있을만큼 남아있었지만, 체력이 이미 고갈되어 인제에서 더 가지는 않기로했다.


3만원을 부르시는 모텔 주인에게 혼자 자전거 여행하는 불쌍한 녀석입니다.
새벽에 정리 깔끔하게 하고 나갈테니 깎아달라 사정하여 2.5만원에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사진을 보면 내 눈 밑으로 내려온 다크서클이 이 날의 고생을 짐작하게 해줄 것이다.

숙소 들어와 씻고 대충 빨래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지역 특산품을 좀 먹어줘야하지만, 보이는건 그런게 없었다.
그래서 결국 순대국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정산하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강원도의 밤은 쌀쌀할거라는 드립 언놈이 쳤냐..
에어컨소리 시끄러워서 창문 열어놓고 잤다가 더워서 잠 설치고 다시 에어컨 켜고 잤다.

- 속초를 향한 끝판왕이 있는 다음편 계속
Posted by 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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