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Show All (635)
ZeLkOvA (346)
Study (45)
Wizard Works (17)
ETC. (226)
Trash Box (0)

달력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총 거리  59.84 km  최고속도  61 km/h
 총 시간  8 : 14 : 35  평균속도  18 km/h
 총 이동시간  3 : 16 : 49    

둘째날 새벽이 밝았다.
강원도 땅에는 비가 쏟아지고있었고, 내 눈꺼풀은 천근 만근이었다.
그래도 출발해야지... 출발해야 미시령을 넘지...


막상 출발을하니 비가 그쳤다.
산을 넘는 구름들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건 사진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들일 뿐.
길은 온통 젖어있고 옆으로 차들이 쌩쌩 지나가면서 물을 튀기면 상쾌한 기분으로 그 물벼락을 맞아가며 달렸다.
아 상쾌해. 집에 가고 싶을만큼 상쾌해.


속초까지는 이제 36km!! 어제 90km 가까이 달리고 오늘 20km 정도 달려왔으니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얘기는 끝판왕도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
근데 사진 찍을때는 표지판만 보느라 몰랐는데, 뒷 배경이 참 멋있다.


둘째날의 첫판왕 한계 터널이다.
난 이 곳에서 지옥을 맛봤다.
진짜 어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덤프트럭들이 계속 지나갔다.
그리고 그 중 80%는 내 바로 뒤에서 빵빵이를 울리고 지나갔다.
물론, 내 수명도 갉아먹고 갔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한계터널을 다 나와가는데 저 앞에 뭔가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응? 또 터널..?
한계터널 나오자마자 20m 쯤 앞에 용대터널이라고 또 터널이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때의 절망감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진짜 누군가 나를 저주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잘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고 터널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을 지나오자 속초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까지는 참 다행이었던게, 아직은 구름이 껴있었다.
속으로 연신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달렸었다.


가는 길에 휴게소가 나와서 아침을 먹을 생각에 들렀다.
그런데... 뭐시라? 황태 전문점?
황태해장국, 황태찜, 황태매운탕 등등 온갖 황태요리들.
혼자 먹을만한건 황태해장국밖에 없었다. 그런데 난 어제 황태해장국을 먹었잖아. 그것도 맛없는걸로...
결국은 황태 전문점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나왔다.
그리고 이 곳 역시 그늘은 없었다. 그래서 밥먹고 바로 또 그늘 찾아 출발.


둘째날은 첫날에 힘을 다 쏟아부어서인지 힘이 달려서 그늘만 보이면 가서 쉬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끝판왕 미시령이 표지판에 나오기 시작했다.


미시령 옛길 앞으로 3km.
사실 이 전에 5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언덕길에 멈추고 사진찍기 뭐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계속 오르막이었다.
거기다가 이 사진 찍고 미시령 옛길까지 남은 3km도 계속 오르막이다.
완만한... 하지만 꾸준한 오르막.
가끔 경사가 높은 오르막이 나와서 아자자자자자 하면서 올라가지만
그 오르막을 지나면 이어지는건 내리막이 아닌 완만한 오르막.
근데 웃긴건 경사도가 낮아지면 내리막처럼 보인다는거... 하지만 현실은 오르막.


그렇게 달리고 달려 미시령 옛길에 들어선다.
여기를 지나면 곧 굴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거기서 나에게 직감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소리친다.
'여기가 마지막 휴식처야. 여기 지나면 끝까지 쉴만한 곳은 없을거야. 여기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자네.'


대략 한시간 정도의 휴식을 갖고 미시령고개 점령을 위해 나왔다.
내가 출발 전 들은 정보로는 4km정도 완만한 경사고 3km 급경사라고 들었다.
그런데.. 출발부터 급경사!! 이렇게 4km가 가고 3km가 더 심하다고? 말도안돼...
역시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아까 미시령 옛길까지 오는 길이 완만한 경사고 미시령 옛길을 통한 급경사가 3km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건 정상에 도착해서였다.
다른 분들은 이 점 염두에 두고 도전하시길.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난 그 경사가 앞으로 7km가 더 펼쳐질 줄 알고 지레 겁먹어버려서 끌바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도 괜찮은게, 패달질을 하면 힘들어서 바닥만 보지만 끌바로 올라가면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구름 싹 걷힌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날 죽일 듯 덤벼들지만, 보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아이폰 카메라로는 그 감동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을 뿐.


혼자 여행하다보니 내 사진은 온통 거울에 비친 것 뿐이다.
이 사진.. 비록 볼록거울이지만 뒤에 비쳐진 저 경사가 보일것이다.
진짜 뒤로 돌아서 내려가고싶은 생각, 지나가는 차를 잡고싶은 생각이 수만번은 든다.


미시령 역시 그늘만 보이면 쉬는거다.
내가 지금 그지꼴이되어 앉아 쉬는걸 지나는 차안에서 사람들이 쳐다봐도 어쩔 수 없는거다.
그냥 닥치고 쉬는거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사진에 보이는 미시령 꼭대기에 가는 것이겠지를 속으로 되뇌이며 간다.


아! 정상에 가서 깨달은게 아니고 여기서 깨달았구나.
미시령을 올라오다보면 정상까지 몇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근데 그게 내가 들었던 것보다 좀 많이 짧아서 직선거리인가보다 하고 그냥 넘겼는데
쉬면서 얼마나 남았나 찍어봤더니 600m!!!
이제 고지가 바로 앞이야!! 우랴랴랴랴랴랴랴!!!!!


결국은 미시령을 (부끄럽지만) 끌바로 정복했다.
아... 벅찬 감정. 해냈다는 자부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9km의 내리막길.
진짜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지금껏 했던 고생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으헝헝헝헝헝헝헝헝 나 해냈어!!!


인증샷


미시령 출발 전 굴다리에서 쉬면서 만난 분들을 정상에서 다시 만났다.
내리막 둘만 내려가긴 위험하다며 여럿이서 같이 내려가자고 기다리고 계셨단다.
그 분들이 찍어주신 미시령 정복 인증샷!!

미시령 내리막길은 9km나 되지만, 정작 내려오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않았다.
난 짐도 많고 자전거도 워낙 무겁다보니 가속도가 싹싹 붙어서 최고시속 61km/h까지 나왔었다.
정말 후덜덜한 속도.
하지만 정말 신났다. 너무 신났다. 너무 신나서 쌩쌩 달리다가 한 두번 죽을뻔 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내려왔으니 패스.
출발할때 포스팅에도 썼지만, 여기서 헬멧 없으면 정말 큰일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헬멧 없으면 과속하지 마시길...

암튼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 분들이 양해해주셔서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속초까지 왔으니 해수욕장은 가야지!! 라며 속초 해수욕장으로 갔다.


그리고 발만 담그고 왔다.
차라리 가지 말것을...


터미널가서 강남 고속터미널로 오는 티켓을 끊고 점심밥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물회!!
해수욕장 근처에선 1인분에 1.5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놀라 아이폰으로 주변검색하여 다른 집을 찾아갔다.
자전거로 10분정도만 달려 나가니 1인분 1만원.
아이폰 덕에 셋이 합쳐 1.5만원의 가격 세이브 효과 굿!!
물회는 처음 먹어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세꼬시가 들어가있어서 턱이 안좋은 나에겐 좀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재미없지만 기록으로 남겨야하는 다음편 계속
Posted by 성주
, |